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변동 문제가 배터리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AI 학습과 추론 작업 중 수천 개 처리 장치가 동시 구동될 때 1밀리초(1000분의 1초) 만에 수십 메가와트에 달하는 「파워 서지」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소도시 전체 전력 수요 규모로 초당 여러 차례 반복된다.
기존 비상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무정전전원장치(UPS)는 이런 밀리초 단위 급변동에 대응하도록 설계되지 않아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따라서 AI 데이터센터에는 초고속 응답형 특수 배터리가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인도 타타그룹 투자를 받은 미국 나트륨이온 배터리 스타트업 알심 에너지의 무케시 채터 최고경영자는 「최근 3개월간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제품 대비 방전 속도가 빨라 전력 완충에 적합하다. 영국 스타트업 뇨볼트는 자사 시스템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의 처리 장치를 풀 파워로 운영하면서도 전력망 한도 초과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전력 제한인 스로틀링이 발생하면 운영자들이 분당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
이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수익성 압박을 받던 배터리 업체들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폭스바겐이 투자한 고체 배터리 업체 퀀텀스케이프는 데이터센터 장비 업체들과 기술 공급을 논의 중이며, 루마니아 배터리 업체 프라임 배터리 테크놀로지의 빈첸티우 치오바누 최고경영자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신속한 배치와 에너지 안보를 우선시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AI 데이터센터 특화 에너지저장 시장이 지난해 약 12억달러에서 2030년 41억∼6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28∼38%로, 기존 UPS 중심 시장의 2∼3배 수준이다. 다만 블룸버그NEF는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 대형 업체들이 기존 제품과 생산 능력을 앞세워 스타트업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