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무진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 문을 두드린 이유는 단순하다.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이무진 측은 수익 배분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했고, 소속사는 「이무진이 전속계약 효력 정지를 원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티스트가 떠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토로했다. 법적 다툼 이면에는 K팝 산업 전반에 걸친 오래된 구조 문제가 놓여 있다.

수조 원 산업, 여전히 '구두 계약' 수준의 정산 관행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집계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 매출 규모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음반·공연·굿즈·디지털 스트리밍을 포함한 K팝 관련 시장은 이미 수조 원대로 추산되며, 하이브·SM·YG·JYP 등 상장사 4사의 합산 매출만 해도 연간 2조 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이 거대한 돈의 흐름이 아티스트 개인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는 산업 규모에 비해 현저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양식이지만, 사용 의무가 없다. 중소 기획사일수록 자체 계약서를 쓰고, 정산 항목과 기준은 계약서마다 다르다. '수익의 몇 퍼센트'라고 명시돼 있어도, 수익의 기준이 되는 '매출 원가'와 '공제 항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실수령액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공제 항목에 트레이닝 비용, 숙식비, 의상비까지 포함되는 계약 구조에서는 수년간 활동한 아티스트가 순수입 '0원'을 받는 일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반복되는 분쟁 — 구조가 개인을 갈아넣는다

이무진 사례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동방신기의 전속계약 분쟁(2009년), 카라 멤버들의 계약 해지 요청(2010년), 그리고 이후 블락비, 엑소, AOA 멤버들에 이르기까지 K팝 역사는 정산·계약 분쟁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쟁의 패턴은 대개 동일하다. 데뷔 초 불리한 조건으로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인지도가 높아진 뒤 정산 내역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해결이 안 되면 법원으로 간다.

문제는 법원에 가는 것 자체가 아티스트에게 막대한 비용과 이미지 손실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 기간 동안 음반 발매, 방송 출연, 공연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아티스트의 '가장 빛나는 시간'이 소송 기간 동안 멈춰버리는 셈이다. 반면 기획사는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법무 인력에서 우위를 갖는다. 이 비대칭성이 분쟁을 억제하는 동시에 불만을 구조적으로 누적시킨다.

제도의 한계 — 표준계약서는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공정위는 2009년 이후 연예인 표준계약서를 수차례 개정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정산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강제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 분쟁 조정 창구로 활용되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 성립률이 낮고, 강제 집행력도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비교 기준으로 미국 음악 시장을 보면, 빌보드 아티스트의 로열티 정산은 음반 유통사와의 계약에 외부 감사 조항을 포함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영국에서는 음악 저작권자 단체 PRS가 투명한 디지털 수익 분배 시스템을 운영한다. 한국은 저작인접권 수익의 경우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을 통해 일정 부분 공개 배분이 이뤄지지만, 기획사와 아티스트 간 직접 정산의 투명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무진의 소송은 개인과 기업 간의 민사 분쟁이지만, 그 배경에는 산업 규모와 제도 성숙도 사이의 간극이 있다.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대표 수출품으로 자리잡을수록, 그 성과를 만들어낸 아티스트에게 수익이 투명하게 돌아가는지를 점검하는 작업이 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산서 한 장의 불투명함이 결국 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