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용 기판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스마트폰 중심이던 RF-SiP(고주파 칩 패키지) 사업을 위성통신 및 항공우주 분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또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저궤도 위성 프로젝트에 통신용 기판을 공급한 실적을 바탕으로 스페이스X와의 협력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궤도 위성 통신에서 RF-SiP 기판은 위성과 지상 기지국, 스마트폰, 차량, 선박 간 신호를 송수신하는 핵심 부품이다. 장거리 무선 신호 전달 과정에서 손실을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제품에 탑재되는 RF-SiP와 달리 위성용 기판은 더 높은 기술 신뢰성과 내구성이 요구되며,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평가받는다. LG이노텍은 글로벌 RF-SiP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초정밀 패키징 기술과 대량 생산 역량을 보유한 회사다.
스페이스X는 현재 약 1만 기의 저궤도 위성을 운용 중이며, 올해 초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차세대 위성 7500기 추가 배치를 인가받았다. 위성망 규모가 최대 1만5000기로 확대될 경우 각 위성에 탑재되는 RF 통신모듈과 기판의 필요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저궤도 위성 시장이 2024년 150억달러에서 2035년 108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외에도 아마존의 위성 서비스 레오, 중국의 저궤도 위성 사업이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장기적으로 우주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며 AI 인프라 역할을 할 위성 100만 기 발사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상장했으나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향후 AI 인프라 투자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정돼 있어 재무 부담도 지적되고 있다.
스페이스X 공급이 이뤄진다면 LG이노텍은 엄격한 품질 및 신뢰성 기준으로 알려진 스페이스X와의 거래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는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우주항공 통신부품 공급망에서의 입지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LG이노텍은 현재 AI 반도체 시대를 대비해 서버용 첨단 기판 사업도 적극 확대하고 있으며, AI 칩을 넘어 위성통신까지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