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평판지수 10,597,452. 2026년 6월 23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배우 브랜드평판 빅데이터 분석에서 허남준이 기록한 수치다. 지상파 드라마 주연이나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배우가 전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OTT 플랫폼이었다.
이 숫자는 단순히 한 배우의 인기 지표가 아니다. 대중이 스타를 발견하고 소비하는 경로 자체가 바뀌었다는 신호다.
지상파의 독점이 무너진 자리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인 배우의 경력 설계는 공식에 가까웠다. 지상파 드라마 조연으로 얼굴을 알리고, 대형 기획사와 계약한 뒤, 황금 시간대 주연으로 도약하는 구조다. KBS·MBC·SBS의 주말 드라마 시청률이 20~30%를 넘나들던 시절, 지상파 편성 여부는 곧 스타 등용의 관문이었다.
그 관문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19~2020년을 기점으로 넷플릭스·웨이브·티빙 등 OTT 플랫폼이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본격 투자하면서부터다. 편성 시간도, 회차 제한도, 광고주의 눈치도 없는 OTT는 기존 방송이 꺼리던 실험적 서사와 낯선 얼굴을 과감하게 화면에 올렸다. 신인에게는 오히려 더 넓은 문이 열린 셈이었다.
알고리즘이 새운 스타, 팬덤이 키운 평판
OTT 플랫폼이 신인 배우에게 유리한 이유는 단순히 '기회의 양'이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구조가 다르다. 지상파 드라마는 본방 시청률이 곧 배우의 시장가치로 환산됐다. OTT는 다르다. 알고리즘이 콘텐츠를 추천하고,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언제든 꺼내본다. 한 편이 화제가 되면 출연 배우의 전작까지 연쇄적으로 소비된다. 노출의 지속성이 지상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
브랜드평판 지수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특정 인물을 언급하고 공유하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허남준의 지수가 1위를 기록했다는 건, 그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대화가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형성됐다는 의미다. OTT 플랫폼이 콘텐츠를 유통하고, 알고리즘이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팬덤이 SNS에서 확산시키는 이 삼각 구조가 브랜드평판이라는 숫자로 가시화된 것이다.
구조적 변화가 남긴 과제
OTT발(發) 스타 탄생이 산업 전반에 긍정적 신호만을 보내는 건 아니다. OTT 오리지널의 제작비 구조는 지상파보다 불투명한 경우가 많고, 작품 성패에 따른 배우의 인지도 편차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알고리즘이 밀어준 작품에 탄 배우는 단기간에 정상에 오르지만, 같은 작품에서 비슷한 비중을 소화한 동료가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스타 등용의 문턱이 낮아진 동시에, 배우의 가치가 플랫폼 알고리즘에 종속되는 구조적 취약성도 함께 자란 셈이다.
허남준의 브랜드평판 1위는 OTT라는 새 문이 실제로 열렸음을 확인해주는 사례다. 그러나 그 문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공정하게 열려 있을지는 플랫폼의 수익 논리가 아닌 콘텐츠의 다양성이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