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공짜'라는 환상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다. 우리는 흔히 인터넷을 국경 없는 자유로운 영토이자 누구나 무상으로 누릴 수 있는 공공재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초고속 망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물리적 도로망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화물차가 더 많은 통행료를 내듯, 상상을 초월하는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이 상식은 유독 디지털 영토에서만큼은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망 중립성'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방패 삼아 트래픽 무임승차 논란을 회피해 왔다. 그러나 망 중립성의 본질은 이용자의 합법적 콘텐츠 접근을 차단하지 않는 것이지, 특정 거대 기업의 인프라 무상 이용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고화질 영상과 인공지능(AI) 서비스의 급증으로 국내 네트워크 부하는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며 역차별을 감수하는 반면, 정작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기업들이 비용 분담을 거부하는 상황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린다.

이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압박도 거세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망 사용료 입법 움직임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견제했다. 심지어 지난 2026년 4월 27일에는 SNS를 통해 "한국만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도 망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입법을 압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는 인프라 고도화의 비용을 고스란히 현지 통신사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일방적인 프레임에 불과하다.

이제 입법의 방향은 단순한 '규제'나 '징벌적 과세'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글로벌 기준과의 조화를 고려하되, 국내 네트워크 인프라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정 계약의 의무화'가 핵심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국내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유연하고 정교한 법적 틀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강제보다는 계약 협상 테이블에 성실히 임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며 글로벌 IT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다. 이번 망 사용료 논란 역시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다. 감정적 대응이나 단순한 애국 마케팅을 넘어, 디지털 영토의 주권을 지키고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한 차분하고도 치밀한 입법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