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 때 일하고 일한 만큼 번다. 플랫폼 노동을 수식하는 이 달콤한 문장은 과연 진실일까. 스마트폰 앱을 켜고 꺼는 것이 자유롭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들을 '독립된 자영업자'라 부른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자유롭지 않다. 아침에 눈을 떠 밤늦게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는 배달 라이더와 대리운전 기사들은 과연 누구의 지시를 받고 있는가. 그들의 진짜 고용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철저히 노동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 2021년 66만 1,000명이었던 플랫폼 종사자는 2022년 79만 5,000명으로 늘어났고, 2023년에는 약 88만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우리 일상 경제의 거대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호할 법적 울타리는 여전히 과거 굴뚝산업 시대의 제조업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가장 큰 맹점은 '노동자성'의 부정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들이 개인 사업자이므로 노동법상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알고리즘이 배차를 제한하고, 평점을 매기며,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거부할 권리가 없는 지시는 곧 강제나 다름없다. 눈에 보이는 상사의 잔소리 대신, 소리 없는 알고리즘의 감시와 통제가 노동자의 목을 죄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법적 사각지대는 고스란히 안전망의 부재로 이어진다.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사고나 질병, 급격한 소득 감소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플랫폼 기업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사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위험은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과 공동체의 몫으로 전가되는 실정이다.
이제는 '노동자'에 대한 정의를 새로 써야 할 때다.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라는 전통적인 기준을 넘어, '알고리즘에 의한 실질적 지배력'을 노동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 역시 더 늦기 전에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품는 것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