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제도가 생긴 지 수십 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갓난아이를 안고 직장에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건 여전히 거의 대부분 엄마다. 아빠는? 「눈치가 보여서」, 「팀에 민폐라서」, 「나만 빠지면 성과평가가 걱정돼서」.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과는 하나다. 쓰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현장 간담회를 열어 직장인 부모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단순했다. 「제도는 좋아졌는데, 분위기 때문에 못 쓴다.」 제도 개선에 수년을 쏟아부은 결과가 이것이다. 급여 보전율을 올리고, 기간을 늘리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실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 후반에서 10%대 초반을 맴돌고 있다. 숫자가 이미 실패를 말하고 있다.

왜 이 수치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가. 핵심은 「조직 문화」라는 말로 뭉뚱그려지는 구조적 압력이다. 한국 기업 다수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 직원은 여전히 암묵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인사팀은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귀띔한다. 법적 권리지만 실제로는 협상 대상이 되어버린다. 이 구조를 자율과 인식 개선만으로 바꾼다는 건, 30년째 같은 처방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이미 1990년대에 답을 내놓았다. 아버지 할당제, 이른바 '아빠 쿼터'다. 육아휴직 기간 중 일정 기간을 아버지만 쓸 수 있도록 못 박는 방식이다. 양도할 수 없는 기간이니, 쓰지 않으면 그냥 소멸된다. 그 결과 스웨덴 아버지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90%에 육박한다. 강제성이 문화를 바꿨다.

한국도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같은 유인책을 도입해왔지만, 유인책과 의무화는 본질이 다르다. 인센티브는 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작동한다.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조직 내 압력이 금전적 유인을 압도하는 한, 보너스 금액을 아무리 올려도 한계는 명확하다.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도 강제성이 필요하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시 의무화하거나, 일정 비율에 못 미치는 기업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으로 논의된다. 「자율적 개선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는 데이터가 반박한다. 10년 넘게 기다렸고, 수치는 제자리다.

저출생 대책 예산은 매년 수십조 원을 넘긴다. 그 돈이 정작 아이를 낳고 기르는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는지, 이번 간담회 참가자들의 말이 답을 준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눈치 없는 행동」으로 읽히는 직장에서는 어떤 정책도 벽을 넘지 못한다. 문화는 규범이 바꾼다. 그리고 규범을 만드는 가장 빠른 도구는, 결국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