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우주항공청 예산이 전년도 9,649억 원보다 16.1% 늘어난다. 숫자만 보면 순항이다. 그런데 예산이 불어난다고 해서 조직이 제 기능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돈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우주항공청은 지금, 실질적인 컨트롤타워인가.

본지는 우주항공청이 민간 우주 산업을 선도하는 독립적 컨트롤타워로 안착하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예산 증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첫 번째는 부처 간 칸막이 해소다. 우주 개발은 본질적으로 부처 횡단적 사업이다. 발사체는 과학기술 영역이지만, 위성 데이터 활용은 국방·기상·농업·해양을 동시에 건드린다. 지금처럼 각 부처가 자기 예산과 권한을 틀어쥔 채 협력하는 척만 한다면, 우주항공청은 조정자가 아니라 심부름꾼으로 전락한다. 청이 독립적 예산 편성권과 부처 간 조율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지금보다 훨씬 단단해져야 한다.

두 번째는 민간 주도 생태계로의 전환이다. 미국 나사(NASA)가 스페이스X와 손을 잡은 뒤 발사 비용이 10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민간이 경쟁하고 정부가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다. 한국은 아직 그 반대다. 정부가 개발하고 민간이 납품하는 하청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나온다. 우주항공청이 공공 발주를 민간 역량 강화의 도구로 적극 설계하지 않는다면, 예산이 늘수록 정부 의존도만 높아지는 역설이 반복될 것이다.

세 번째는 인재와 제도의 동시 정비다. 우주 산업은 기술 주기가 짧고, 필요한 인력은 희소하다. 공공기관 특성상 경직된 채용·보상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최고 수준의 인재는 실리콘밸리나 유럽 우주기관으로 빠져나간다. 발사 인허가, 위성 주파수 관리, 우주 잔해물 책임 등 아직 법제화가 미흡한 영역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제도 공백은 민간 투자자에게 가장 강력한 진입 장벽이다.

우주항공청 출범의 명분은 분명했다. 흩어진 우주 정책을 하나로 모아 국가 전략을 일관되게 끌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 명분을 현실로 만들려면 독립성이 전제돼야 한다.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방향을 결정하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주는 지금 가장 빠르게 재편되는 산업 전선이다. 한국이 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건 기술력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컨트롤타워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구조, 바로 거기서 패인이 시작된다. 우주항공청이 진정한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예산 증액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