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신청하러 팀장 방 앞에서 발길을 돌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은 20만 6,226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부는 이 숫자를 성과로 읽는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들린다.

「신청은 했는데, 복귀할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이 여전히 돌아다닌다. 20만 명이 쉬는 동안, 나머지 동료들은 그 빈자리를 메운다. 대체인력은 구하기 어렵고, 구했다고 해도 단기 계약직 한 명으로 업무 전체를 감당하긴 힘들다. 결국 팀원들이 야근으로 버티고, 그 눈치가 다음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제도가 문화를 바꾸지 못하면, 숫자는 늘어도 현실은 제자리다.

핵심은 대체인력 지원의 현실화다. 정부가 육아휴직 급여를 올리고, 아빠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동안, 중소기업 한 곳이 대체인력을 확보하는 데 드는 실질적 비용과 행정 부담은 줄지 않았다. 구인 플랫폼에 공고를 올리고, 면접 보고, 인수인계하고, 계약 종료 후 또 처음부터 반복하는 그 과정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사업장이 한국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사용률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는 강제로 만들 수 없다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구조가 바뀌면 문화도 따라온다. 독일이나 스웨덴이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쓰는 나라가 된 것은 국민 의식이 먼저 바뀌어서가 아니다. 대체인력풀을 국가가 직접 운영하고, 중소기업의 휴직자 공백을 재정으로 실질 보전하는 구조를 먼저 깔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그 순서를 거꾸로 밟고 있다.

저출생 예산은 매년 역대급을 경신하지만,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출산 장려금과 육아휴직 급여 인상에 집중되는 동안, 실제로 휴직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 내 인프라—대체인력 매칭 시스템, 인수인계 표준화, 소규모 사업장 지원—는 여전히 허술하다. 아이를 낳으라고 돈을 줄 게 아니라, 낳고도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돈을 써야 한다.

20만 명이라는 숫자는 분명 의미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진짜 권리가 되는 날은, 신청서를 내밀 때 팀장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그 날까지, 숫자는 계속 위로 올라가도 현장은 제자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