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29세 직장인 이모 씨는 지난달 청년미래적금 가입 창구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월 50만 원씩 3년을 붓는 게 녹록지 않지만, 「이것 말고는 돈 모을 방법이 없어요」라고 했다. 그의 월급은 세후 230만 원. 월세 65만 원, 통신비·보험료·교통비를 빼면 저축 가능한 돈은 100만 원 남짓이다. 그 절반을 적금에 넣으면, 남은 5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청년미래적금이 출시될 때마다 청년들이 몰리는 건 상품이 특별히 매력적이어서만은 아니다. 달리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이 상품을 두고 「청년 자산 형성의 동반자이자 희망의 사다리」라고 강조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사다리가 아무리 가팔라도, 오르는 사람의 발밑 바닥이 계속 꺼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책의 설계와 현실의 간극

청년미래적금은 정부 재정 지원과 은행 우대금리를 결합해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다. 가입 자격은 소득 기준과 나이로 제한되며, 만기 시 비과세 혜택까지 더해진다. 숫자만 보면 꽤 그럴싸한 상품이다.

그러나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날카로운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청년도약계좌를 두고 「최대」 수익을 강조하는 홍보 방식이 실제 수혜 조건과 괴리가 있다고 짚었다. 만기 혜택을 온전히 받으려면 5년간 꾸준히 납입해야 하는데,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 청년이 5년을 버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험이라는 것이다. 중도 해지 시 우대금리는 사라지고, 납입 중단이 반복되면 사실상 일반 적금과 차이가 없어진다.

결국 이 상품의 수혜자는 안정적 직장을 가진 청년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청년 고용률이 개선됐다는 통계 뒤에 가려진 것, 즉 단기 계약직·플랫폼 노동·무급 인턴 등 '비공식 고용'에 묶인 청년들은 가입 자격조차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자산 형성의 문턱, 높아진 게 아니라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적금 상품의 설계 방식만이 아니다. 청년들이 자산을 형성하려 할 때 직면하는 구조적 장벽이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 원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월 50만 원씩 3년을 꼬박 부어 만기에 받는 돈으로는 서울 변두리 전세 보증금의 일부도 되지 않는다. 적금이 '종잣돈'이 되려면, 그 종잣돈으로 무언가를 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거비·교육비·생활물가가 동시에 오른 환경에서 청년 세대는 모으는 속도보다 빠르게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반도체 호황 뒤 청년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 말이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책의 대상이 '혜택을 이미 받을 수 있는 청년'이 아니라 '혜택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청년'을 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광의 이면에 자리한 절망

청년들이 청년미래적금 창구로 몰리는 장면을 단순한 재테크 열풍으로 읽는 건 절반만 맞는 해석이다. 그 줄 뒤에는 주식도, 코인도, 부동산도 '내 이야기가 아닌' 세계가 됐다는 체념이 깔려 있다. 적금이 유일한 선택지가 된 세대에게 정책 상품의 금리 우대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처방으로 포장될 때, 문제는 가려진다.

희망의 사다리는 사다리 자체가 튼튼한지보다, 그 사다리가 어디에 기대어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금 그 벽이 제대로 서 있는지, 아무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