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7건. 2023년 4,935건. 같은 나라, 같은 항목, 불과 4년 사이의 숫자다. 그린워싱—친환경을 가장한 허위·과장 광고—적발 건수가 86배 넘게 폭증했다. 이 숫자는 환경 의식이 높아진 증거가 아니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선한 의지를 조직적으로 이용해왔다는 증거다.
우리 신문은 그린워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수립과 실효성 있는 규제 도입을 촉구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소비자 피해가 구조적이다.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통상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재활용 소재를 썼다거나,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거나,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믿고 산 것이다. 그러나 그 문구가 검증되지 않은 마케팅 언어에 불과하다면, 소비자는 돈을 더 내고 사기를 당한 셈이다. 개별 피해는 소액이라도, 수백만 건이 쌓이면 시장 전체의 신뢰가 무너진다. 진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조차 피해를 입는다. 성실하게 비용을 들여 인증을 받은 기업이, 라벨 하나 붙여 '친환경'을 자칭하는 경쟁사와 같은 선반에 놓이는 구조—이것이 그린워싱이 방치될 때 생기는 시장 왜곡이다.
둘째, 현행 규제는 사후 단속에 머물러 있다. 2024년 적발 건수가 2,528건으로 줄어든 것은 사전 예방 행정이 일부 도입된 결과라고 당국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착시다. 줄어든 수치가 실제 그린워싱 감소를 의미하는지, 단속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무엇보다 현행 체계에는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정의가 부재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잡히기 전까지 쓸 수 있는 언어다. 예방이 아니라 적발에 의존하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
셋째, 국제 기준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그린클레임 지침'을 확정하며, 기업이 친환경 주장을 하려면 독립적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검증 없는 친환경 표현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영국 경쟁시장청도 유사한 기준을 도입했다.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는 이 기준을 따르면서, 국내 소비자에게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그것 자체가 이중성이다. 국내 기준의 공백은 결국 국내 소비자만 손해 보는 구조를 고착시킨다.
정부는 친환경 표현의 요건을 법령 수준에서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탄소 중립', '친환경', '지속가능' 같은 표현에 대해 어떤 검증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는지, 기준 없이 사용했을 때 어떤 제재가 따르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기업 자율에 맡긴 자정(自淨)은 이미 4,935건이라는 숫자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
소비자가 친환경을 선택할 때, 그 선택이 실제로 지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기억해야 한다. 그 바람을 마케팅 도구로 소비하는 행위를 시장이 용인해서는 안 된다. 규제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다면, 진짜 친환경도, 소비자의 신뢰도, 함께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