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란 10구 한 판이 5,222원이다. 1년 전 3,786원이었던 계란이 열두 달 만에 38.6% 뛰었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가계가 흔들린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채소·과일 가격도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기후 충격은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다. 문제는 자연재해만이 아니다. 농산물이 밭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절반에 가까운 비용이 유통단계에서 증발하는 구조 자체가 밥상물가를 만성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다. 소비자가 1,000원을 내면 492원이 유통망 어딘가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전국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가락시장을 비롯한 32개 공영도매시장을 거쳐 출하자→산지 유통인→도매법인→중도매인→소매상의 경로를 밟는다. 단계마다 상품이 실리고, 내리고, 값이 얹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농민과 소비자는 허리가 휘는데 중간 도매법인만 배를 불리는」 구조가 수십 년째 고착돼 있다.
본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통 혁신을 강력히 지지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기후 위기는 유통 효율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만들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재해 상황이 예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과하다 싶을 만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생산지 충격이 닥쳤을 때 복잡한 유통 단계는 가격 왜곡을 증폭시키는 증폭기가 된다. 반대로 유통 단계가 단축되면 산지 가격이 소비지에 더 빠르고 투명하게 전달돼 충격 흡수력이 높아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 6월 여름철 농축산물 수급안정대책반을 구성한 것은 방향은 옳지만, 수급 관리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넘을 수 없다.
둘째, 디지털 전환의 실마리가 이미 잡혔다.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2025년 11월 연간 거래금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출하자와 소매상이 직접 만나는 이 시장은 기존 오프라인 경로보다 단계를 두세 단계 줄일 수 있다. 올해 2월에는 온라인 도매거래의 법적 근거를 담은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6월 결의대회를 열고 전국 4대 권역 통합물류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제도와 인프라의 골격이 갖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 속도를 올릴 시점이다.
셋째, 정부가 스스로 수치를 내건 목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2025년 9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30년까지 가격 변동 폭을 절반으로 줄이고 유통비용을 10% 절감하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유통비용 10% 절감이란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약 50원, 연간 수조 원의 부담 경감을 의미한다. 선언으로 끝난 계획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행 여부를 시장과 국민이 직접 감시해야 한다.
밥상물가는 서민의 생존 비용이다. 기후 변화라는 외부 충격을 100% 차단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소비자 가격의 절반을 집어삼키는 유통 구조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이 바꿀 수 있다. 온라인도매시장 확대, 통합물류 구축, 직거래 활성화 — 수단은 이미 손안에 있다. 남은 것은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끝까지 밀어붙일 의지다. 그 의지를 정부와 국회가 보여주지 못한다면, 매년 여름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의 책임은 기후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