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을 한꺼번에 뽑는 이 선거는 전국 수천만 유권자의 표심이 동시에 집결되는 민주주의의 결절점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를 관리할 기관의 헌법적 지위 자체를 흔드는 '선관위 개헌론'이 공론장에 올라와 있다.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 선관위의 존재 방식을 뒤바꾸자는 논의가 불거졌다는 사실 자체가 심상치 않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 추궁은 당연하다. 전산 시스템 보안 취약성, 인력 운용의 비효율, 일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관리 허점은 엄정하게 짚어야 한다. 유권자의 신뢰를 먹고 사는 기관이 그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었다면, 제도적 쇄신은 불가피하다. 본지 역시 선관위의 자기 혁신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책임 추궁과 개헌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선관위는 헌법이 직접 설치를 규정한 독립적 헌법기관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선관위의 독립적 권한을 침해하는 입법 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결정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선관위의 헌법적 지위는 단순한 법률 개정으로 건드릴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 설계 자체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결단이라는 것이다.
개헌론이 경계스러운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시점이다. 선거 관리 부실을 문제 삼아야 할 시점에 개헌 카드를 꺼내는 것은 본질을 흐린다. 실무적 개선과 책임자 문책이 먼저다. 개헌은 그 이후에 충분한 숙의를 거쳐 논의될 사안이다. 순서가 뒤집히면 개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면피다.
둘째, 구조다. 선관위를 정치권의 영향력 아래 더 깊이 끌어들이는 방향의 개헌은 독이 든 처방이다. 부실 관리의 해법이 독립성 강화가 아니라 정치적 통제 강화라면, 그것은 선거 관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인프라를 고치겠다며 민주주의의 기둥을 흔드는 역설이 여기서 발생한다.
셋째, 개헌의 무게다. 헌법 개정은 국가 공동체의 근본 약속을 바꾸는 일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여야 합의, 국민투표라는 엄중한 절차를 요구한다. 특정 기관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이 절차를 동원하는 것은 개헌의 본질적 무게를 훼손한다. 개헌이 국면 전환의 도구로 소비되는 순간, 다음번 개헌 논의도 그 신뢰를 잃는다.
선관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보안 체계를 다잡고, 인사 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외부 감시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요구는 타당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그 요구를 개헌으로 포장해 정치적 의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면, 우리는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관리자를 고치자는 명분으로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어선 안 된다. 2026년 6월의 선거는, 흔들리지 않는 심판관 앞에서 치러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