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장에 증인이 없다. 후보자 혼자 앉아 있고, 의원들은 질문하고, 답변은 돌아온다. 그러나 검증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24건 가운데 19건, 즉 79%가 증인 한 명 없이 진행됐다. 수치가 보여주는 장면은 단순하다. 대한민국의 고위공직자 검증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이 처음 시행된 것은 2000년이다. 이후 25년간 개정안이 발의된 횟수는 199건에 달한다. 그런데 제도의 본질적 결함—증인 채택 강제력 부재,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실효 제재 수단 없음—은 여전히 그대로다. 199번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고쳐지지 않았다. 이것은 입법 의지의 실패이자, 정치권 전체가 공유해온 편의주의의 산물이다.

본지는 인사청문회법의 실효성 있는 개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판단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증인 없는 청문회는 청문회가 아니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려면 관련자의 증언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법은 증인 출석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국회가 증인을 채택하더라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환 자체가 불발된다. 결국 청문회는 후보자의 자기변명과 의원들의 문서 대독(代讀)으로 채워지고, 실질적 검증은 생략된다. 이 구조적 공백을 방치한 채 '청문회 강화'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둘째,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제재가 유명무실하다. 현행법상 후보자나 관계 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법적 처벌 조항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핵심 서류 없이 진행되는 청문회는 필연적으로 맹탕이 된다. 영국·독일·미국 등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청문 대상자의 자료 제출 의무를 법률로 명확히 하고, 위반 시 형사 제재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해 놓았다. 한국만 예외다. 제도를 설계한 이들 스스로가 언젠가 그 제도의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청문 결과가 임명을 구속하지 못한다. 국회가 부적격 의견을 냈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는 청문회를 의례적 절차로 전락시킨다. 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더라도 임명이 가능한 현행 체계에서는, 여야 모두 청문회를 '승부처'보다 '공방의 장'으로 활용하는 유인이 강해진다. 그 결과는 25년간 반복된 동일한 풍경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임명되고, 이후 문제가 드러나면 또다시 언론과 국민이 감당하는 구조.

개정의 방향은 명확하다. 증인 채택 요건을 여야 합의에서 일정 수 이상의 의원 요구로 바꾸고, 자료 제출 거부에 실질적 제재 수단을 마련하며, 청문 결과와 임명 절차 사이의 연계 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199번째 개정 시도가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이라면, 이번만큼은 다음 회기로 미루지 않기 바란다. 빈 증인석은 제도의 패배를 상징한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입법부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