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X·ScreenX 상영관의 좌석 점유율이 70%를 넘어섰다. 프리미엄 포맷이 대중화됐다는 신호다. 그런데 이 숫자가 불편한 이유가 있다. 성수기 주말 오후 황금 시간대나, 한산한 평일 오전이나, 관객이 내는 돈은 똑같다. 공급은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데, 수요는 극단적으로 쏠린다. 이 구조적 모순을 시장이 그냥 두기엔 한국 극장 산업의 체력이 이미 너무 소진됐다.
본지는 영화관 업계가 요일별·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수요 분산 효과다. 주말 오후 인기 상영관은 줄을 서고, 평일 오전 좌석은 텅 빈다. 항공·숙박 업계는 진작에 이 비효율을 가격으로 해소했다. 성수기에는 더 받고, 비수기에는 할인한다. 극장도 다르지 않다. 평일 낮 요금을 주말 대비 20~30% 낮추면, 시간 여유가 있는 관객층이 분산된다. 상영관 가동률이 오르고, 관객 경험도 개선된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구조다.
둘째, 관객 저변 확대다. 티켓 한 장에 1만5000원을 훌쩍 넘는 지금, 영화관은 이미 '가격 장벽'을 만들고 있다. 2023년 한국 극장 시장이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입장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정체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 고가 요금이 이탈한 관객의 귀환을 막는 장벽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조조·심야·평일 할인을 체계화하면, OTT로 완전히 떠난 관객 일부를 다시 끌어당길 수 있다.
셋째, 업계 수익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다. 단순 가격 인상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 관객은 높아진 요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흥행 편중 현상은 심화된다. 반면 다변화된 요금 체계는 비성수기 매출을 끌어올려 연간 수익을 평준화한다. 실제로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한 해외 극장 체인들의 사례는 단순 요금 인상보다 전체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한국 시장이 참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론 실행에는 조건이 따른다. 요금 체계가 복잡해지면 소비자 혼란이 생긴다. 투명한 고지와 단순한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통신사 할인·멤버십 등 기존 혜택과 중첩될 경우의 정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제도 설계의 문제이지, 차등 요금제 자체를 거부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영화관이 '경험의 공간'으로 살아남으려면, 가격도 경험처럼 설계돼야 한다. 70%를 넘긴 프리미엄 좌석 점유율은 관객이 '가치 있는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반대편 논리도 성립한다. 부담 없는 가격이면 극장 문을 다시 여는 관객도 있다. 그 문을 닫아두는 건 산업 스스로가 선택한 손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