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하나, 사진 몇 장이면 된다. 인공지능이 수십 초 만에 실존 인물의 신체를 합성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피해자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영상이 유포되는 사실조차 뒤늦게 알고, 삭제를 요청하면 이미 복사본이 수백 개로 불어나 있다. 가해자는 그 사이 버젓이 일상을 산다. 법이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더 이상 특수 사례가 아니다. 피해 신고는 해마다 늘고, 가해 수법은 정교해지는데 현행 법체계는 여전히 '실제 촬영물'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AI 합성 영상을 현행 성폭력처벌법의 조문에 꿰맞추려다 처벌 공백이 생기고, 범죄수익 추징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변화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 당국은 2026년 6월 26일 행정안전부, 성평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으로 AI가 생성한 허위 영상물 관련 범죄수익을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진일보한 조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추징 근거 하나로 입법 공백 전체를 메울 수는 없다. 이것은 시작이어야지, 완성이 아니다.

본지는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하고 체계적인 입법 정비를 촉구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기술은 이미 법의 상상력을 앞질렀다. 오늘의 딥페이크는 전문 장비도, 고급 기술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수분 안에 생성된다. 법이 '합성 영상'을 명시적으로 범죄 구성요건에 포함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은 유추 해석에 기댈 수밖에 없고 법원은 엇갈린 판단을 내린다. 피해자는 그 불확실성 안에서 구제를 포기한다.

둘째, 유포 행위와 소지·시청 행위 모두를 처벌하는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 영상을 처음 만든 자만이 아니라 이를 내려받고 퍼뜨리는 사슬 전체를 끊지 않으면 범죄는 구조적으로 재생산된다. 해외 주요국 입법례를 보면 생성·유포·소지를 단계별로 규율하고 있다. 우리 법은 그 체계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

셋째, 플랫폼의 책임이 여전히 모호하다. 신고 즉시 삭제 의무, 재유포 차단 기술 적용 의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제재 규정이 법에 명확히 박혀 있어야 한다. 자율 규제에만 맡기는 것은 피해자에게 해결을 스스로 하라고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범죄수익 추징 근거를 만든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입법은 추징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구성요건의 명확화, 단계별 처벌 체계, 플랫폼 의무와 제재까지 한 묶음으로 정비되어야 법이 실제로 작동한다. 국회는 이 과제를 다음 회기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법이 늦는 하루하루, 누군가의 얼굴이 그 공백을 채우는 재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