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보건 의료 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예멘 전역 지구 중 18%가 의사 부재 지역이며, 세계은행 통계로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0.1명에 불과하다. 이는 지역 평균 1.1명, 세계 평균 1.9명과 비교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예멘에서 떠난 의료 인력이 주요 원인이다. 타이즈 주 보건청 부국장 이스마일 알-하무디 박사는 지역 의료 인력의 약 41%가 국외로 떠나거나 실향민이 됐다고 밝혔다. 남부 아덴의 보건부 국가프로그램 부국장 압둘카림 무바라크 박사는 우수 인력의 뇌 유출이 의료 체계 붕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 인프라 붕괴는 일반 시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50대 포터 아흐메드 나기는 2년 전 간 질환으로 일을 그만두게 됐으나, 지역 병원의 일반의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었다. 전문 치료를 받으려면 사나나 아덴의 의료 센터를 찾아야 하지만, 실직 상태인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타이즈의 알-시마야틴 지구 주민 타하 나빌은 백내장 수술을 받았으나 부족한 전문의 기술로 인해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재수술을 위해 필요한 4,000달러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약 12년간의 전쟁과 자금 부족으로 예멘의 의료 체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현재 보건 시설의 절반 이상이 완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구 2,000만 명(약 절반)이 기초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 콜레라와 디프테리아 같은 전염병 발생 시 대응 능력도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경제 형편이 나은 예멘인들은 이집트, 요르단, 인도 등지로 나가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 반면 형편이 어려운 대다수 국민은 국내 의료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부족한 전문 인력과 높은 비용 앞에서 치료 포기를 강요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