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군 미산면 임진강 북안에 위치한 당포성이 고대 군사 거점에서 현대의 별 관측 명소로 변모했다. 고구려가 임진강을 남쪽 국경으로 삼던 6세기 중엽부터 7세기 후반까지 약 120년 동안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온 이 성은 현재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려는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다.

당포성은 임진강과 당개나루로 흘러드는 하천이 만나는 약 13미터 높이의 삼각형 절벽 위에 축조된 강안평지성이다. 고구려는 절벽이 많은 강변 두 면에는 별도의 성벽을 짓지 않고, 적이 접근하기 쉬운 동쪽에만 현무암으로 성벽을 구축했다. 당포성은 임진강 하류에서 상류로 배치된 덕진산성, 호로고루 등 10여 개 성 중 하나로, 양주 방면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고구려가 반드시 지켜야 할 군사 거점이었다.

당포성이 별 관측 명소로 각광받는 이유는 주변에 민가와 상업시설이 적어 인공조명의 영향이 거의 없고, 임진강 절벽 위의 개방적인 지형으로 하늘이 크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성 위에 자리한 팽나무는 밤하늘의 별과 어우러져 사진 구도를 만드는 실루엣 역할을 한다. 방문객들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끄고 손전등도 최소화하며 암묵적인 관찰 규칙을 지키고 있다.

연천에는 당포성 외에도 호로고루, 은대리성 등 임진강·한탄강 유역의 고구려 성곽들이 남아 있다. 이들은 모두 강가 절벽이라는 자연지형을 방어시설로 활용한 공통점이 있으며, 현대에는 거대한 관광시설 없이 조용한 밤하늘 여행지로 재발견되고 있다. 고대의 국경 방어선과 현대 접경지역의 현실이 한 공간에 겹쳐 있는 당포성은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특별한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