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고흥군 귀농인 센터 담당자는 지난해 초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이 「고향사랑 기부를 했는데, 혹시 빈집 정보도 받을 수 있냐」고 물어온 것이다. 기부 답례품으로 받은 지역 특산물 꾸러미가 계기가 됐다. 그 문의 한 통이 이듬해 귀촌 상담으로 이어졌다. 작은 사례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노리는 효과가 압축돼 있다. 단순한 기부금을 넘어, 도시와 지방을 다시 연결하는 접점.

2023년 1월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어느덧 2년을 넘겼다. 개인이 거주지 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기부액의 30% 이내 답례품도 받는 구조다. 첫해 기부 건수와 총액은 정부 목표치를 상회했고, 일부 지자체는 특색 있는 답례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시점의 성적표는 마냥 밝지 않다.

답례품 경쟁의 함정

시행 초기부터 가장 큰 비판은 제도가 「답례품 쇼핑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세금으로 10만 원을 돌려받고, 3만 원짜리 답례품까지 챙긴다. 사실상 국가 보조금으로 지역 특산물을 구매하는 셈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답례품 조달과 홍보에 행정력을 쏟다 보니, 정작 기부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 되기 쉬웠다. 실제로 상당수 지자체가 기부금 사용처를 「지역 발전 기금」 같은 포괄적 항목으로 처리했고, 기부자가 기금 활용 결과를 추적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웠다.

10만 원 초과 구간의 기부가 저조한 것도 문제였다. 10만 원을 넘는 금액은 세액공제율이 16.5%로 뚝 떨어진다. 기부 유인이 급감하는 구간이다. 이 때문에 「10만 원짜리 기부만 넘쳐나고 지자체 실질 재정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왔다.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가 연간 수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지방 재정의 핵심 축이 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제도 손질, 2026년부터 달라지는 것

정부도 이 한계를 인식했다. 2026년부터는 10만 원 초과 20만 원 이하 구간의 세액공제율을 기존 16.5%에서 대폭 상향하는 개편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부 상한액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향이다. 10만 원 문턱에서 기부가 멈추는 현상을 깨고, 중간 규모 기부층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세제 혜택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기부자가 「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재기부가 일어난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기부금 활용 보고서를 연 2회 이상 발송하거나, 기부자를 「명예 주민」으로 등록해 지역 행사 초청 등 관계를 지속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단발성 거래가 아닌, 관계 형성으로의 전환이다.

정주인구로 이어지려면

고향사랑기부제의 궁극적 목표는 기부금 그 자체가 아니다. 도시 거주자가 특정 지역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고, 나아가 이주를 고민하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제도는 아직 설계가 덜 됐다. 기부와 귀촌·귀농 정보, 빈집 정책, 지역 일자리 연계를 한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구조가 없다. 기부자 데이터베이스는 행정안전부가 관리하지만, 지방 인구 정책과 실질적으로 연동된 사례는 드물다.

일본은 고향납세 누적 기부자를 대상으로 이주 희망자를 매칭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실제 이주자 중 상당수가 고향납세 경험자라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한국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소멸 대응 수단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기부 완료」 버튼을 누른 이후의 여정을 누가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답례품 상자를 받고 끝나는 관계는, 어떤 정책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