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2024년 2월 이후 6개월,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초과사망자가 3,136명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왔다. 하루 평균 17명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말이 오가는 동안, 응급실 밖에서 사람이 죽어갔다는 뜻이다. 이 숫자는 통계가 아니다. 실패의 청구서다.
본지는 의정 갈등의 장기화가 더 이상 정책 논쟁의 영역에 머물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의대 증원이라는 의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아무리 깊더라도, 환자 안전을 담보로 협상력을 키우는 방식은 어느 쪽도 정당화할 수 없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이 사태의 공동 책임자다. 그리고 그 책임의 첫 번째 이행은 타협이다.
세 가지 이유에서 지금 즉각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첫째, 의료 공백은 취약계층부터 무너뜨린다. 대형 병원 응급실 가동률이 떨어지면 여유 있는 환자는 사립 의원이나 원정 진료로 우회한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환자, 중증 질환자는 그럴 수 없다. 의료 공백은 모두에게 균등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아픈 사람이 가장 먼저, 가장 깊이 피해를 입는다. 초과사망자 3,136명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둘째,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손상이 깊어진다. 수련 과정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이 다시 임상 현장에 정착하기까지의 공백은 단순한 인원 부족이 아닌 세대적 단절로 확대된다. 지금 수련받아야 할 외과·내과·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길러지지 않으면, 그 공백은 5년 후, 10년 후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다. 협상의 지연은 현재의 손실이자 미래의 부채다.
셋째, 국민 신뢰의 붕괴는 의료 시스템 전체를 흔든다. 응급실을 찾았다가 돌아서야 했던 경험, 수술 날짜를 한없이 기다려야 했던 기억이 쌓이면 국민은 공공 의료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그 불신이 뿌리를 내리면, 어떤 의대 증원도 어떤 의료 개혁도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지금 지키려는 각자의 원칙이,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무너지는 결말로 향하고 있다.
본지는 구체적인 수치 조정이나 정책의 세부 설계에 대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것은 전문가와 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협상의 전제 조건은 분명히 말한다. 의료 현장의 즉각적인 정상화가 먼저다.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는 실질적 조건을 마련하고, 정부는 협상의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합의의 형식보다 환자의 생명이 먼저라는 원칙, 그 하나면 충분한 출발점이 된다.
3,136이라는 숫자가 더 이상 커지기 전에, 두 진영이 마주 앉아야 한다. 역사는 이 갈등을 누가 이겼는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로 기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