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4명. 2026년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다. 이 중 551명, 즉 32.1%가 합격 통보를 받고도 실무수습처를 찾지 못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운영하는 집체교육으로 밀려났다.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법정에 서기 전 마지막 관문인 수습 현장에 발을 들이지 못한 채 표류하는 신입 법조인들의 숫자다.

이들을 흔히 '수습 난민'이라 부른다.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법조계 안에서 이미 굳어진 말이다. 단순한 취업난과는 결이 다르다. 수습은 변호사로서 독립 개업하기 위한 법적 요건이다. 이 과정을 건너뛰거나 부실하게 마치면 실무 역량의 공백이 그대로 커리어에 새겨진다.

왜 수습처가 줄어드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가 도입된 2009년 이후 변호사 배출 인원은 매년 증가해왔다. 합격자 상한이 연간 1,500~1,700명대로 유지되는 동안 수습을 받아줄 법률사무소와 기업 법무팀의 수용 능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대형 로펌은 자체 선발 인원을 관리하고, 중소 로펌은 한 명을 더 앉힐 물리적·재정적 여유를 갖추기 어렵다. 공공기관 수습 자리는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는다.

여기에 구조적 변수가 하나 더 겹쳤다. 법률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확산이다. 계약서 검토, 판례 분석, 법령 리서치처럼 신입 변호사가 처음 맡던 업무들이 AI 도구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국내외 법률 AI 플랫폼들은 수백만 건의 판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초안 작성과 쟁점 요약을 수십 초 안에 처리한다. 법무법인 입장에서는 같은 업무량을 더 적은 인력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신입 수습생을 받아야 할 실질적 유인이 줄어드는 셈이다.

AI가 바꾸는 법조 채용의 지형

미국 법조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대형 로펌들이 AI 도입 이후 어소시에이트(신입 변호사) 채용을 줄이거나 동결했다는 보고가 잇따랐고, 로스쿨 졸업생들의 법률직 취업률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법조 관련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의 상황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않았지만, 방향성은 동일하다고 법조계 일각은 본다.

변호사협회가 운영하는 집체수습은 이런 공백을 메우는 제도적 안전망이다. 하지만 현장 법률사무소에서 실제 사건을 다루며 익히는 도제식 수습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집체수습 이수자들이 개업 후 실무 공백을 호소하는 사례가 법조계 내에서 공공연히 거론되는 이유다. 수습의 외형은 갖췄지만 내실이 고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 재설계 없이는 격차가 고착된다

32.1%라는 수치가 한 해 이상치로 그칠 가능성은 낮다. 로스쿨 입학 정원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합격자 공급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AI 도입에 따른 수요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심화할 전망이다. 수습처 확보를 법률사무소의 자율에만 맡겨두는 현 구조가 계속된다면, '어디서 수습했느냐'가 초기 커리어의 결정적 분기점이 되는 양극화가 굳어질 수 있다.

변호사 자격증 한 장이 법조인으로서의 출발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 551명이라는 숫자는 그 균열이 이미 임계점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