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셔터는 내려져 있었다. 지방 중소도시의 한 전통시장 청년몰, 한때 젊은 창업자들이 들어와 카페와 소품숍, 공방을 열었던 그 자리는 이제 빈 점포 몇 칸이 줄지어 서 있다. 임차료를 지원받던 기간이 끝난 지 두 해가 채 안 됐다. 창업자들은 하나둘 짐을 쌌다.

2016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정부가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974억 5,500만 원에 달한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지원이다. 하지만 그 돈이 시장에 남긴 것은 활력보다 빈 점포에 가까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보조금이 만든 생태계는 보조금이 빠지는 순간 무너지기 시작했다.

구조적 딜레마: 지원이 오히려 의존을 키웠다

청년몰 사업의 설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임차료 지원, 인테리어 비용 보조, 컨설팅 제공까지 패키지로 구성된 지원 구조는 창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자생력을 키우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 기간 중에는 고정비 부담이 낮으니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문제는 지원이 종료되는 순간이다. 임차료가 실거래 수준으로 돌아오면, 그 전까지 수익 구조를 단단히 만들지 못한 점포는 버틸 여력이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입지다. 청년몰이 들어선 전통시장 상당수는 이미 유동 인구가 줄어든 곳들이다. 젊은 창업자를 넣는다고 해서 고객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감각적인 소품숍이 들어서도 그 시장을 찾아올 이유가 없다면, 결국 청년몰은 전통시장의 활성화가 아니라 고립된 섬이 된다. 지역 주민의 생활 동선과 무관한 콘텐츠를 집어넣는 방식으로는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곳들의 공통점: 시장과 함께 숨 쉰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전국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청년몰들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그 지역에만 있는 것을 팔거나, 그 시장의 상인들과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한 사례로, 지역 특산 농산물을 직접 가공해 판매하거나, 인근 식재료 상인들과 연계해 요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은 전통시장이라는 공간을 자원으로 활용한다. 청년몰이 시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연결된」 구조다. 방문객 입장에서도 청년몰을 보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재래 점포로 발길이 이어지고, 반대로 장 보러 왔다가 청년몰 카페에 들르는 동선이 생긴다. 유동 인구를 공유하는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관광자원과의 연계도 유효한 전략으로 꼽힌다. 지역 역사·문화 콘텐츠를 청년몰 콘셉트로 구현하거나, 로컬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으로 굿즈와 체험을 개발하면 외지 방문객을 끌어오는 고리가 된다. 단순히 젊은 감각의 카페나 소품숍을 이식하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정책의 전환점: 입점 지원에서 생태계 설계로

전문가들은 이제 청년몰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지원금을 얼마나 더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를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원 기간 내에 수익 모델을 검증하게 하는 단계별 성과 관리, 전통시장 기존 상인과 청년 창업자 간 협업을 제도적으로 촉진하는 연계 사업, 지역 행정·관광·문화 자원을 묶는 거점형 운영 모델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원이 끝나도 시장이 살아 있으려면, 그 시장이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청년 감성 상권이 아니라, 그 동네가 아니면 살 수 없는 것, 먹을 수 없는 것,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다시 전통시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974억 원의 다음 질문은 「얼마를 더 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