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아침, 브렌트유가 배럴당 78.66달러로 전일 대비 1.1%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료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퍼진 직후였다. 수십 년간 중동 긴장의 진원지였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재개방 수순에 들어섰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지위가 달라진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경제 지형 모두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함을 의미한다. 본지는 이 전환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첫째, 원유 수급의 안정적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미·이란 협상 타결 기대감은 단기적으로 유가를 끌어내리지만, 이란산 원유의 국제 시장 복귀는 공급 과잉과 가격 급변동이라는 양날의 칼이 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에게 이 시기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장기 도입 계약 구조를 재조정하고, 전략비축유 운용 기준을 시장 변화에 맞게 갱신하는 작업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유가가 낮을 때 비축을 늘리는 것은 교과서적 원칙이지만, 한국은 지금껏 그 원칙을 타이밍 있게 실행한 전례가 드물다.
둘째, 3,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중동 재건 시장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예멘 분쟁, 이란 제재 완화 이후의 인프라 복구 수요가 동시에 터져 나올 경우, 그 규모는 단순한 건설 수주를 넘어 에너지 플랜트, 스마트 도시, 의료 인프라, 디지털 전환까지 확장된다.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업계는 1970~80년대 중동 붐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경험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 UAE의 탄소중립 도시 구상이 보여주듯 중동 발주처는 이제 기술과 금융을 함께 가져오는 파트너를 원한다. 정부가 외교 채널을 열고, 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타이밍의 문제다. 중동 재건 시장은 먼저 발을 디딘 쪽이 표준을 쥔다. 중국은 이미 이란과의 25년 협력 협정을 토대로 재건 사업 참여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건설사들은 제재 해제 움직임과 함께 현지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한국이 타당성 검토와 위원회 구성에 시간을 쓰는 사이, 계약은 다른 나라 기업의 서류에 도장이 찍힌다. 정부 출자 기관과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현지 거점을 확보하고, 발주 정보를 공유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낙관만을 경계해야 할 변수는 존재한다. 미·이란 합의가 국내 정치 변수로 흔들릴 가능성, 역내 종파 갈등이 재건 사업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이유로 관망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포기다. 리스크를 계량하고, 단계별 진입 로드맵을 만들되, 첫 발은 지금 내딛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막혀 있을 때도, 열려 있을 때도 한국 경제의 동맥이었다. 그 해협이 다시 열리는 순간, 우리가 원유를 안정적으로 들여오는 수입국에 머물 것인지, 재건의 주역으로 나설 것인지가 갈린다. 기회는 늘 좁은 문으로 온다. 그 문이 지금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