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가 평생 일군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순간, 지분의 절반 이상이 세금으로 사라진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20%가 더해지면 실질 세율은 60%에 달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사실상 가장 높다. 숫자가 주는 충격보다 더 무거운 것은 그 결과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주식을 팔고, 외부 자본에 의존하고, 때로는 회사 자체를 해외에 넘기는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가 지금 한국 기업 생태계 안에 작동하고 있다.

본지는 상속세율의 합리적 조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현행 세율은 기업 승계를 가업 유지가 아니라 지분 해소의 계기로 만든다. 오너 경영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은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외부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수십 년을 키운 기술력과 조직 문화가 단 한 번의 승계 시점에 해체될 위험에 놓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오너 일가의 재산 문제가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과 수천 명 고용이 연결된 산업 생태계의 문제다.

둘째, 과도한 상속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구조적으로 심화시킨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만성적 리스크로 인식한다. 창업주 사망 이후 경영권 분쟁, 지분 매각, 외국계 자본의 개입 가능성이 주가에 할인 요인으로 반영된다. 독일·일본이 가업 승계에 대한 세제 특례를 두고 장기 보유와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세 부담을 크게 낮춘 것은 세수를 포기한 게 아니다.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편이 국가 경제에 더 이롭다는 판단이 먼저였다.

셋째, 할증평가 제도는 이중 과세에 가깝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유로 시가에 20%를 더 얹어 과세하는 방식은, 지배주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 프리미엄은 수십 년간 재투자와 경영 리스크를 감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동일한 주식에 두 번 가치를 매기는 셈이다. 폐지 또는 축소 없이는 과세 공정성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반론도 있다. 부의 대물림을 억제하고 기회의 평등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다. 그러나 상속세가 그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려면, 지금처럼 기업 자체를 흔들기보다 자산 유형과 승계 조건에 따라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높은 세율을 유지하는 것과 공정한 과세는 같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세율 구조 조정,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또는 완화, 가업 승계 공제 요건 현실화를 패키지로 논의해야 한다. 기업을 살리는 세제가 결국 일자리를 지키고 세수 기반도 넓힌다. 60%짜리 세금 앞에서 기업이 살아남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