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내 마약류 사범이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대검찰청의 '2024년 마약류 범죄백서'가 집계한 숫자는 2만 7,611명.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마약 청정국'이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달았던 나라에서, 한 해 구속·기소된 마약 사범이 2만 명대를 돌파한 것이다. 숫자는 계속 오르고 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구조가 바뀌었다. 과거 마약 범죄는 특정 계층이나 환경의 문제로 여겨졌다. 지금은 다르다. 20·30대 젊은 층이 마약류 사범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텔레그램·다크웹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하면서 진입 장벽은 허물어졌다. 스마트폰 몇 번의 터치로 마약을 '주문'하는 시대다. 국경도, 신분도 더 이상 방어선이 되지 못한다.

본지는 이 현실 앞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대응은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지금 한국의 마약 정책은 처벌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단속하고, 기소하고, 수감한다. 물론 법 집행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 의학계는 수십 년 전부터 약물 중독을 만성 재발성 뇌 질환으로 분류한다. 감옥이 치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처벌만으로 재범률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은 데이터가 말해준다.

문제는 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전국에 마약류 중독 전문 치료 기관은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입원 치료 병상은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모자라고, 지역 불균형도 심하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전문 치료 병원을 찾기조차 어렵다. 치료를 원하는 중독자가 있어도 받을 곳이 없는 현실이다. 재활 이후의 사회 복귀 프로그램은 더욱 빈약하다. 출소 후 아무런 연결망 없이 사회에 던져진 이들이 다시 마약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은 시스템의 실패다.

예산도 의지도 부족하다. 마약 범죄 단속과 수사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에 비해, 치료·재활에 배분되는 자원은 비교가 민망할 정도다. 선진국의 사례는 방향을 가리킨다. 포르투갈은 2001년 모든 약물 소지를 비범죄화하고 치료·재활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한 뒤, 마약 관련 사망자와 에이즈 감염자 수를 극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미국과 영국도 오래전부터 '처벌이 아닌 치료'로 패러다임을 이동시켰다. 한국만 역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마약 문제를 안보 이슈로 격상해 대응 강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그 의지 자체는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의지가 예산으로, 예산이 전문 병원으로, 전문 병원이 회복한 사람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선언은 선언으로 끝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전국 권역별 마약 중독 전문 치료 병원의 신속한 확충, 출소자와 자진 신고자를 위한 지역사회 재활 연계 프로그램 의무화, 그리고 치료를 선택한 중독자가 처벌이 아닌 회복의 경로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의 정비다.

2만 명이 넘는 마약 사범은 숫자가 아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다. 그 환자들을 감옥에 가두는 것이 사회의 답이어선 안 된다.